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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
□ 박지원 의원님께 드리는 글
야권통합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합니다. 그 길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을 찾아오는 길이라는 준엄한 요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의원님도, 저 신기남도 모두 동의하는 사실인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이틀 전 개최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 논의과정에서 저는 ‘통합’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쓰면서 사실상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을 보게 됐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들의 가장 앞에는 박지원 의원님이 서 있었습니다.
박 의원님도 기억하시겠지만 ‘연석회의’ 논의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통합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함과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정당한 문제제기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전국에 계신 서른 분의 지역위원장들과 뜻을 모아 ‘통합정당 당론 확정을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최고위원회에 당권이 초집중되는 현상이 늘상 있는 일이 되버렸습니다. 지금 지도부는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당헌을 개정하며 출범했습니다. 이 점에 비춰 지금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처럼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박 의원님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가 그제 약속했듯이 남은 통합논의 과정에서만큼은 이런 문제점들이 해소될 것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통합논의 방식에 크고 작은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박지원 의원님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 개최 후 통합추진’ 주장마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국민과 당원들은 야권통합이라는 ‘달’을 가리키는데, 당 지도부가 내민 ‘손가락의 얼룩’을 탓하며 외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 지도부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도, 거부할 일도 아닙니다 . 추진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야권 통합이라는 지향조차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야권통합이란 지도부 몇몇의 전략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당원의 일치된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간도 민주당의 편은 아닙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가급적 올해 안에 통합정당 건설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습니다. 민주당끼리 지도부를 뽑고, 그 지도부가 다른 야권세력과 통합논의를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은 그런 점에서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 개최’는 남은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도 연내 통합정당 건설이 무산되고 난 이후의 차선책으로 남겨두면 될 일입니다.
이틀 전 ‘연석회의’ 현장에서 저는 새천년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결정타가 됐던 2003년 ‘통합신당 논란’ 당무회의의 재방송을 보는 듯 했습니다. 당의 혁신을 명분삼아 ‘연내 통합정당 추진’을 폄훼하기에 급급한 모습에서 국민은 구태정치의 부활을 떠올릴 것입니다. 당 지도부와 공식 참가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고성과 야유를 퍼붓는 모습은 8년 전과 마찬가지입니다.
야권이 한 몸을 이뤄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9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1야당’의 기득권부터 지키고 보자는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 개최’ 주장을 이젠 거둬들여야 합니다.
야권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결단을 마지막까지 호소하셨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언을 이제는 실천으로 옮길 때입니다.
2011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