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예배 추도사
존경하는 대통령님!
사랑하는 대통령님!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이런 것인지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에 몸이 흔들리고 정신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숱한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신 것처럼 이번에도 훌훌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우리 곁을 지켜달라’
‘아직은 헤어질 때가 아니다’는 간절한 기도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나셨습니다.
우리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은데 왜 벌써 가신단 말입니까!
미련도 회한도 없이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갑작스레 떠나시고 보니 길 잃은 어린 아이처럼
울음이 터져 나오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를 이끌어주셨습니다.
거센 폭풍우가 밀려올 때 바람막이가 되고 우리의 등을 두드려주셨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어버이이자 스승이셨습니다.
당신이 주시던 지혜와 사랑을 이제 어디에서 구해야 한단 말입니까!
비통하게 먼저 가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당신은 당신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오열하실 때 저희는 통곡했고 온 몸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제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시니 하늘도 땅도 무너져 내립니다.
소중하고 소중한 두 분의 대통령님을 속절없이 보내드려야만 하는
제 처지가 참으로 참담하기만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민주주의와 나라의 발전,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곧 당신이었고, 민주주의가 당신이었습니다.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기셨고, 6년을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셨습니다.
수십 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한 번도 불의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죽더라도 타협을 거부하는 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다’며 위협을 이겨내셨습니다.
‘역사를 믿는 사람에겐 패배가 없다’며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에게 닥친 고난은 한겨울 삭풍처럼 혹독했지만
당신이 이룬 성취는 가을 들판처럼 풍성했습니다.
군사정권의 고문 투옥 사형 위협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와 인권을 성취했습니다.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국난이라던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습니다.
2000년 평양을 찾아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의 새장을 열었습니다.
민주화와 남북화해, 인권을 위한 평생의 노력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은 세계사에 우뚝 선 ‘평화의 영웅’입니다.
평생의 좌우명인 ‘경천애인’, 그 뜻 그대로 인류를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했습니다.
민주 인권 자유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성취했습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당신처럼 가혹한 고난을 이겨내며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당신은 역사의 승리자입니다.
지금 이순간도 당신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화꽃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의 분향소를 찾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는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가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떠났지만 온 국민은 민주 인권 평화의 김대중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세계인은 인류평화에 대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일평생 사랑하고 존경했던 국민의 한없는 존경과 사랑을 가슴에 품고서
고이 영면하소서!
2009년 8월 21일 민주당 대표 정세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