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검찰, 이해불가 대법원 - 이목희
저는 지난 2년동안 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고발인으로서, 피해자로서. 검찰의 직무유기로 인해 팔자에 없는 검사역할까지 하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대법원의 느닷없는 두 차례 파기환송으로 인해 ‘원칙과 정의, 진실과 법’이 허물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사법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 우여곡절들을 짧게나마 정리하여 세상에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의 부실수사와 유죄입증노력 포기
피고인 안형환은 8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되었습니다. 수사검사는 미온적 수사로 일관하다가 이중 2건(①당원집회제한 위반 ②외국교육과정 수학기간미기재로 인한 허위사실공표)만을 기소하였습니다. 나머지 6건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하였습니다. 검찰수사의 문제점은 선거사범에 있어서는 지극히 드문 고등법원의 공소제기결정, 이후 대법원의 유죄인정에서도 일단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검사가 기소한 불법당원집회에 따른 각종제한규정위반죄는, 고발된 대로 사전선거운동(뉴타운 관련 불법 좌담회)으로 인한 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다스리는 것이 온당했었다고 판단됩니다. 수사당시 피고인 안형환등은 50여명으로 추정되는 핵심당원들로 하여금 좌담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수사검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는 이를 그대로 인정, 당원집회제한조항 위반으로 기소한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참조, 첨부#1 의견서)
한편,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발인 이목희는 2008.10.7 재정신청을 냈고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는 2009.1.5 이중 뉴타운관련 허위사실공표죄 중 1건, 허위경력기재로 인한 허위사실공표죄 등 2건에 대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한 사건Ⅰ과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Ⅱ는 서울고법 형사6부로 배당되었습니다. 고발인은 2009.6.2 사건Ⅰ과 관련하여 서울고검 공판부에 공소장(적용법조항) 변경 요청 - 당원집회제한조항위반죄를 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 을 제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2009.6.26 첫 공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하겠느냐”고 물었고 공판에 참여한 서울고검 검사는 “대검과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2차공판에서 “변경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당의원 구하기’라는 비판이 일자 대검찰청은 ‘안형환의원 관련 한국일보 보도에 대하여’라는 해명자료를 통해 “재판과정에서 재판부로부터 공소장변경 요청은 물론 공소장을 변경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사실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국일보가 재차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대검의 아무개 과장은 “공판검사에게 듣기로는 이목희 전민주당의원이 공소장변경을 요구해서 공판과정이 아닌 법정 밖에서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죄입증 노력은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복사해온 공판기록과 씨름하며 장문의 피해자의견서를 작성·제출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사건Ⅰ의 1·2심에서는 벌금 100만원, 사건Ⅱ의 1심에서는 구형을 하지 않았고 항소심(벌금 150만원)과 파기환송심(벌금 150만원)이 병합된 공판에서도 100만원을 구형하였습니다. 엄중한 선거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처벌의지는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대법원 2부의 2009.5.14 파기환송판결은 피고인의 혐의가 무죄라는 것이 아니라 법적용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이므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고 유죄입증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찰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공판과정에서 처벌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소장 변경을 통한 유죄입증의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설명할 길 없는 판결들
사건Ⅰ에 대해서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하였고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2008.10.30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위 사건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법 형사2부는 2009.1.8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위 사건 상고심을 맡은 대법 2부는 “당원협의회는 시·도당 소속 하급기관에 불과할 뿐 당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원집회가 당원협의회 차원에서 개최되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하며 2009.5.14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국회의원 선거운동은 기본적으로 당원협의회를 기초로 이루어지며 중앙당, 또는 시·도당이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당원집회를 개최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참으로 놀랍게도 당원협의회의 불법집회 등은 앞으로 처벌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게 해석한다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해석하면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궁색한 논리’라고 보여질 것 같습니다.
사건Ⅱ에 대해서 검찰은 1심 구형을 하지 않았고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2009.5.21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사건Ⅰ의 파기환송심과 사건Ⅱ의 항소심은 앞에서 기술한 대로 검찰의 공소장 변경거부로 인해 병합되었습니다.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하였고 서울고법 형사6부는 2009.8.21 공소장 변경거부로 심리하지 못한 당원집회제한 위반 부분을 무죄로 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상고심을 맡은 대법 3부는 ‘뉴타운 관련 연설의 방법에 의한 허위사실공표’에 관하여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난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두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는 없다”고 하여 2010.2.11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그러나 이는 6개월여 동안 1심·2심 공판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통해 확정된 사실을 뒤엎은 것입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한 판결이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판단입니다.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용감한 돌파’ 이외의 것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급기야 파기환송심을 맡은, 사건Ⅰ 항소심 때와는 그 구성이 다른 서울고법 형사2부는 2010.4.8 피고인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합니다. 수많은 불법과 부정이 뒤범벅된 사건의 ‘허망한’ 결말입니다. 앞에서 있었던 대법3부의 파기환송, 그 행간의 의미를 새겨 읽은 판결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법관의 양심과는 먼 거리에 있는 판결이라고들 합니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인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핵심적 기준은 정당과 함께 학력·경력입니다. 따라서 학력·경력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는 그 어떤 범죄(예, 금품살포)보다도 그 죄질이 무겁다고 보아야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도 허위사실공표죄의 형량(당선목적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낙선목적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형량(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보다 무겁게 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일부 판결에 대한 비판이 확대해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조건 속에서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대다수 법관들에 대해서는 국민과 함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