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
[국회의원 박해철 보도자료] [단독] 노동위 사업 본질 망각한 ‘ADR 집착’, 김태기 위원장 재단 추진 ‘논란’
임기 내내 대안적 분쟁해결 모델(ADR) 강화를 주장해왔던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ADR 관련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노동위원회 수장과 핵심 관계 자들이 법률에 근거한 신속한 노동자 권리구제와 분쟁해결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등한시한 채 사적조정·화해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지어 김 위원장, 그와 가까운 이들의 노후 설 계를 목적으로 중노위에서 ADR의 역할을 키웠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ADR은 노동위원회의 심판이나 법원의 판결이 아닌 조정이나 중재, 화해로 분쟁을 해소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쟁해결지원인’ 양성교육·심사·조사연구까지 포괄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14일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는 ‘재단법인 분쟁해결지원재단’이라는 이름의 비영리재단 설립허가 신청서가 접수돼 있다. 이 법인의 영문명 약칭은 ‘K-ADR Society’로, ‘분쟁해결지원인’을 육성·발굴해 고용·노동과 관련된 분쟁 예방·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쟁해결지원인 육성은 재단의 ADR 아카데미를 통해 이뤄진다. 아카데미를 만들어 ADR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되는데,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금도 축적한다. 재단이 제출한 올해 사업계획서를 보면 기업이나 단체에 분쟁해결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분쟁해결지원인의 심사나 등급을 구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분쟁해결지원인의 자격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분쟁예방과 해결을 위한 조사연구사업도 내년부터 매해 3년간 실시한다. 연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연구용역을 받겠다는 계획도 있다. 연구용역을 받으면 인건비와 연구활동비, 일정 수수료를 재단이 정부에서 받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ADR과 관련한 연구·교육·심사 등을 재단이 맡겠다는 취지다.
중노위는 이미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ADR 전문가양성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기초·심화·고급 세 과정을 열어놓고 있다. 단박에 선발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분쟁해결지원인의 심사와 등급 구분을 사업계획으로 잡은 만큼, 고용노동교육원 수료자들을 향후 관리하겠다는 목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단 구성원에 현 중노위 위원, 중노위원장 집필 동료들
“정체불명 ADR 사업 추진, 퇴임 후 밥벌이” 제보도
재단 임원으로는 현 중노위 위원들이 포함됐다. 중노위 심판 공익위원인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조정 공익위원인 김학린 단국대 교수(경영대학원)가 이사로 들어갔다. 위촉직 근로자위원인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도 재단의 이사다.
중노위 위원들 외 이사들은 김 위원장과 을 함께 집필한 중노위 생활노동법률 연구모임 소속 인사들이다. 김용민 국민대 명예교수(경영대), 김나정 국민대 부교수(경영대), 최영우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 겸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전 서울지노위 상임위원이었던 최선애 변호사(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윤광희 공인노무사 등이다.
향후 퇴임을 앞둔 김 위원장,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인사들, 위원들의 자리 보존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매일노동뉴스 애독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익명의 제보자는 <본지 2025년 9월26일자 “[단독] “이행강제금 잘 받겠다”면서 평가지표 삭제, 중노위 ‘딴전’” 기사 참조> 보도가 나가자 “중노위는 친노동 성향의 전 박수근 위원장 이후, 현 김태기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정체불명의 ADR이란 것을 사업 전면에 도입했고, 이것은 김태기 위원장의 퇴임 이후 자신의 밥벌이를 위한 대비책임이 의심되는 정황”이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본지에 보내왔다.
이 제보자는 “(김 위원장이) 올해 상반기에는 세종에서 3솔(공정노사 솔루션, 직장인 고충 솔루션, 복수노조 솔루션) 워크숍이라는 것을 하면서 자신과 일부 공익위원들이 ADR 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자랑을 했다”며 “결국 올해 11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후에도 ADR 재단을 통해 계속 고용노동교육원 등에서 ADR 강의를 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고 자신의 정치적인 욕심과 위신을 위해 살겠다고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내부 행사에서 스스로가 재단의 실질적 책임자라고 발언했다는 전언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ADR 관련 출장에 큰 예산을 들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제보자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출장을 다니니 출장 여비는 미친 듯이 지출됐고 본인은 언론 등을 통해 자기 자신과 ADR을 홍보하며 앞으로 중노위의 미래는 심판사건의 판정이 아닌 화해와 조정의 평화적인 대안적 해결이라고 엄청 과시하고 다녔다”며 “그러나 실제 중노위에서 예산을 투입한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ADR을 통해 이뤄진 것은 형편없을 정도로 아무런 실적이 없고, 그저 김태기 개인만을 위한 출장비와 업무추진비, 수용비 등이 엄청나게 지출됐다”고 고발했다.
임기 동안 ADR 해외출장에 6천만원
박해철 의원 “노동위 본연 업무 충실해야”
출장비 과다지출은 사실로 밝혀졌다. 박해철 의원이 중노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박수근 전 위원장은 해외출장을 한 번도 가지 않은 반면, 김태기 위원장은 2023년부터 한 해에 한 번씩 총 3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2023년 11월 첫 출장을 나갔는데, 4박6일간 미국을 방문해 2천만원 정도를 사용했다. 이 출장에서 중노위는 공적 조정기구임에도 민간분쟁해결기구인 미국중재협회(AAA)와 한국의 사적 조정·중재 기구 활성화를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영국 런던, 독일 에르푸르트, 일본 도쿄 출장에서 4박6일간 1천700여만원을 썼다. 올해 8월에도 호주 시드니·멜번, 베트남 하노이를 6박7일간 찾아 1천300여만원을 지출했다. 김 위원장의 해외 출장비로 3년 동안 약 6천만원이 쓰인 셈이다.
해외출장 보고서에서는 ADR에 대한 중노위의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중노위는 “민간부문에서 ADR 사용이 증가하면서 美정부는 1996년 행정분쟁해결법을 제정하고 일본·독일 등의 나라들도 뒤따르며 ADR이 전 세계로 확산” “(영국의) 고용심판원에서는 약 49.5%가 화해로 해결되며, 실제 판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약 10%” 등이라고 나와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김태기 위원장이 임기 기간 ADR에 관심을 쏟으며 중노위의 심판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있다. 박성우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노동법률센터장은 “노동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부당해고 등의 노동분쟁을 명확하고 전문적인 법적 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준사법기구여야 한다”며 “그런데 김 위원장의 과도한 ADR 정책 추진에 따라 지난 3년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의 전문성이 떨어졌고,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인정률(판정 건수 중 인정 건수의 비율)도 역대 최악인 30%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태기 위원장 임기 중 중노위가 ADR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전문가양성 교육 등의 사업이 노동위원회 법적 소관사무에 적합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해철 의원은 “공적 조정 및 심판 기구인 노동위원회의 법적 소관사무에 맞는 행위인지 노동부 차원의 신속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부당해고 등으로 노동위원회를 찾는 노동자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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