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
[국회의원 박해철 보도자료] [단독] 새 정부 산업전환 대응 첫 결과물, 고용유지 대책 빠진 ‘부실 연구용역’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출범 뒤 산업전환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을 위한 연구용역을 다급하게 추진한 결과, 납기일도 못 맞췄을 뿐더러 연구결과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에는 관련법 상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고용유지와 실업자 채용 등을 정책과제에 소극적으로 담기거나 제외되기도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 전기·수소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현장의 변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기본계획은 향후 5년 동안의 대응을 결정짓는 설계도다. 산업의 변화 양상, 그 변화가 가져올 일자리와 고용의 변화를 추적하고 정부 정책을 적기에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노동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법에선 정책과제 30여개인데, 20개 임의 도출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산업일자리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위한 전문가 심층 조사’ 최종보고서 초안 자료를 19일 받아 확인해보니, 보고서에 담긴 정책과제들이 관련법에 명시된 정부 역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H 주식회사와 지난 6월25일 4천500만원에 수의계약한 연구용역 결과물이다. 노동부는 이를 “기본계획 수립과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맡긴 데 이어, 정권이 바뀐 뒤 다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두 차례의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이달 말 가칭 ‘산업전환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기본계획 초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4월 시행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5년마다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H 주식회사는 보고서에서 정책의 비전을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 일자리 구축’으로 정하고 정책 목표별 과제 20개를 도출했다. 정책 목표별 과제는 △고용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데이터 수집·분석체계 고도화 △산업전환 맞춤형 재직자 직무전환 훈련과정 개발·운영 지원 △탄소중립 분야 산업현장 중심의 교육훈련과정 개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및 운영 등으로 구성됐다.
‘고용유지 조치’ ‘실업자 채용’ 등 주요 목표 빠져
산업전환고용안정법과 정책 목표별 과제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법은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대략 30가지 정도로 열거하고 있다. 그중 11조(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에 명시된 ‘근로자 고용유지 등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 ‘고용조정에 따른 실업자의 채용’, 13조(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등 지원체계 구축)에 담긴 ‘기업 진단을 통한 기업별 고용안정 등 지원 방안 컨설팅’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관련 사업의 연계·신청 지원’ 등이 H 주식회사가 제시한 정책 목표별 과제에는 들어있지 않다. H 주식회사는 정책 목표별 과제를 20개로 한정한 이유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통해 법에 열거된 정부의 역할을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H 주식회사의 자료는 부실하게 비춰질 수 있다. 애초 H 주식회사는 고용인원 3명에 불과한 서비스 기반 경영컨설팅 업체다. 고용정보원이 H 주식회사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며 요구한 과업지시서 전부를 수행하지도 못했다.
연구용역 기간은 9월 말까지인데 아직까지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납기일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셈이다.
고용정보원은 9월까지 전문가 포럼을 운영해 구체적인 사업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전문가 심층조사를 위한 기반 자료를 준비하라는 등의 지시를 H 주식회사에게 했다.<본지 2025년 10월13일자 “‘산업전환 고용안정’ 윤 정부 허송세월했는데, 현 정부도 ‘졸속 연구’” 기사 참조> 용역 기간이 끝났지만 H 주식회사는 포럼 운영은커녕 포럼을 운영하기 위한 발제 자료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은 약 1억2천만원짜리였다. 이번 연구용역은 4천500만원짜리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을 보면, 정부가 바뀌자 마음이 급해진 노동부가 부랴부랴 연구용역부터 추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자리 창출 해외정책 언급, 구체적 과제는 빼
전문가도 “노동부, 왜 이런 보고서 또 썼을까”
산업전환고용안정법상 ‘근로자 고용유지 등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가 정책 목표별 과제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에서 최우선 원칙은 재취업·전직·실업대책이 아니라 고용유지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해본 뒤에, 도저히 고용유지가 안 될 경우 차선책으로 재취업·전직·실업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보고서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전제하고 모든 방향을 짜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는 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라 고용영향 사전평가를 통해 산업전환에 따라 인력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산업별·지역별 예상 피해 규모를 분석하는 등 산업전환이 고용에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캐나다는 고용 피해를 조사하지 않으며,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신규 창출을 위한 정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해외 사례를 언급해놓고 정작 결론 부분에서는 신규 일자리에 대한 정책과제를 내놓지 않았다.
오 연구실장은 “앞부분과 뒷부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리적 설명조차 없고, 노동부가 뭐하러 이런 보고서를 또 쓰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보고서 작성자들이) 고용이나 노동 관련 전문가들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용역은 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사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이다. 정부가 지난해 산업전환고용안정법 시행 이후 두 번째로 추진한 연구용역이기도 하다.
노동부 “전문가 의견 추가로 들을 것”
박해철 “시간 낭비 윤 정부 과오 바로잡아야”
노동부는 해당 자료가 최종은 아니고, 최종 자료가 나온 뒤에도 추가할 점이 있다면 향후 전문가 포럼을 통해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와 관련한 건 정책과제에서) 강조되지 않은 것이지 내용에는 다 들어가 있고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지는 각계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추후에 정리가 필요하다”며 “포럼을 하면서 전문가 의견도 받고 타 부처와 협의할 수 있는 과제들도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전문가 포럼을 통해 기본계획 초안이 만들어지면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산업전환 고용안전 전문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다. 박해철 의원은 “지난 3년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대책 마련에 뒷짐을 진 채 고용 불확실성에 놓인 노동자들을 외면하며 시간낭비만 했던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며 “노동부는 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른 준비사항과 계획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꼼꼼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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