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재야.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 요지
손학규 대표 재야.종교계 원로 오찬
□ 일시 : 2008년 6월 14일 13시
□ 장소 : 종로구 가회동 마고
□ 참석 : 손학규 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차영 대변인, 김지하 시인,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최장집 교수, 백낙청 교수, 정성헌 이사장, 김우창 교수, 이선정 교무, 수경 스님
손학규 : 지금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정치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가 문제 제기를 해주었는데 국민들이 직접 자기 의사표시를 집단화해서 표시하는 것이 이 사회의 특별한 힘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대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이런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당면한 쇠고기협상 문제를 비롯해서 국민의 불만과 우리 사회에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야당과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어른들 말씀을 듣고자 바쁘신데 이렇게 모셨다. 6월10일 촛불시위 현장에 가서 앉아있었는데 국민과 함께 국민 속으로 간다는 것은 한사람의 참여자로서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야당의 대표로, 또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앉아서 수십만 군중 속에 한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야당의 역할을 다 한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앉아있는 현주소와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고, 정치의 실종이라고 얘기해야하나 야당과 국회는 무엇을 하나 하는 질문에 적극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민에 귀한 말씀을 들으며 해법도 찾아가고 우리의 역할도 찾아가보자는 생각으로 모셨다. 귀한 분들을 한자리에 모셔서 영광이고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김지하 선생께서 먼저 말문 좀 열어주시죠.
김지하 : 정치가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고 거기에 뭔가 플러스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의 문화가 한이 지배해왔는데 월드컵부터 신바람이 터져 나왔다.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폭력도 없고 동원체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뭐로 발전할까 궁금했는데 젊은 사람들 나름의 디지털적 사회관이 저희들 내부에서 토론이 되어서 이번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공개적으로 싸우고 토론하면서 양성적으로 발전해온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은 또 월드컵과 좀 다른 것 같다. 그냥 응원문화, 자부심, 민족적 자각과 또 다르다. 지난 시절의 6.10항쟁이나 4.19와도 조금 다르지 않냐. 이건 조금 들여다 봐야하지 않겠나. 이렇게 큰 문화적인 폭발을 관찰해보니까 이 안에 쇠고기,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저희들 나름의 얘기가 있다.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고 새롭게 충전해서 쇠고기만이 아니라 기름 값도 있고 쌓여 있는 사회현안에 대해서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고, 전문가적 태도와 시민적 열린 태도가 같이 결합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해서 무얼 생각하는지 듣고, 이제부터 우리에게 맡겨달라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우창 : 김지하 선생이 다 말씀하신 것 같다. 특히 중요한 것이 전략일 것이다. 젊은이들과 의사소통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 같다. 젊은이들이 표현에 대해서 회의를 가지고 있다. 의사표현은 괜찮지만 실천은 어떻게 하느냐. 촛불집회도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천엔 지도자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사표현 방법이 발달해도 지도자가 필요하고 정치적으로 물어야하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한데 실천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공식적 기구, 정부 국회에서 해야 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회에 돌아가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소고기를 비롯해서 많은 민생문제 있는데 이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 계속 반대하고 대안을 내놓고 투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식기구가 참여해서 수습해야한다. 대안이 없는 행동을 대안이 있게 하는 것이 공식기구 정치지도자들이 할 일이니 우선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나.
최장집 : 민주화 이후에 20년이 지났는데 젊은 세대사이에 민주적 가치가 굉장히 널리 확산되고 사회가 획기적으로 달려졌다는 것을 느낀다. 거기에 더해서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정부, 정치엘리트들의 의식이나 민주주의 이해 수준이 변하지 않았다. 큰 수준의 민주화는 되었는데 민주제도를 운영해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여전히 민주적이지 않다. 이번 사태는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물이 아니냐. 하여튼 선출된 정부나 대통령의 권력운영 방식 등에 있어 여전히 일방통행식의 권위주의가 많이 발견되고 실제로 국가권력을 운영하고 결정하는 패턴은 권위주의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다. 이 큰 격차 사이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가운데 정당의 역할이 굉장히 실망스럽다. 이번 과정은 정당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물이 아닌가. 제도의 큰 틀 아래서 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결국 제도권 밖 시민사회에서 그것도 아주 어린 세대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제도 안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책임질 문제다.
민주당에 실망스러운 것은 이사태의 내용을 좀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정리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는데 나타나는 모습은 시위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저는 시위가 지난 6.10항쟁을 계기로 긍정적 역할을 많이 했고 정당의 역할을 대신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대규모의 시민 참여를 통한 운동이 구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데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고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결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제도화된 기구에서 정치인들이 풀어가지 않으면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시위를 통해 제기된 요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체되어 나타난 현상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사태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차제에 여기서 제기된 이슈들을 당의 당론으로 정리해서 당의 입장을 얘기하고 적극적으로 여당과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문제의 중심을 정당과 의회로 옮겨오고 국민들의 요구를 집약해서 당의 대안으로 만들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지도부 없는 대규모 시위의 결과가 예측이 안 된다. 이것을 좋게 만드는 역할을 정당들이 해야 한다. 그리고 운동에 대한 과대평가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백낙청 : 민주당이 대중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도부가 없어서 누구와 대화해야할지 막막할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고 소통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등원문제도 충분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상황인식을 정확히 가지고 얘기한다면 상당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그때 강경론이 득세한다는 보장은 없다. 젊은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유연하다. 폭력시위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합리적으로 풀어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정성헌 : 지금 문제가 롯된 것은 밥 문제다. 밥 문제를 가정주부와 아이들이 제기한 것이고,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는 불 문제다. 앞으로 물 문제까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 아주 기본적 문제에 대한 대처를 그저 시장에 맡겨두려고 하는데 그러면 왜 정부가 필요한가. 지금까지는 밥의 질 문제였지만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밥의 양 문제가 될 것이다. 곡식 값이 구조적으로 계속 그런 상태로 머문다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TV를 보니 장관이 수돗물 민영화 얘기하던데 밥은 안 먹어도 몇 십일을 버티지만 물은 못 마시면 바로 죽는다. 가장 근본적인 물 문제까지 닥치면 큰 일 난다. 지금 불문제와 밥 문제가 붙어있을 때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들의 얘기를 참고해서 전체를 엮어 밥, 물, 불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한다. 생명과 평화의 문제를 생각의 바탕에 깔고 계획을 세우면 훌륭한 정책이 나올 것이다. 국민들과 직거래한다는 마음으로 정책을 폈으면 좋겠고, 가끔 쓴 소리도 하고 자문도 해주는 여러 층을 만들어서 정기, 비정기적으로 얘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
수경 : 당장 불부터 끄고 국가가 나갈 방향이나 내용을 잡아가야할 것이다. 당장 20일 기한으로 정부에서 대안을 내지 않으면 퇴진운동으로 간다고 하는데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닌 것 같다. 6월 10일 세종로 컨테이너 박스를 보며 큰 일 났구나, 이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큰 일 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대통령의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민심이 완전히 이반되어 대통령이 무슨 소리해도 안 믿는다. 이제는 대통령에 더해서 정치권에 대해서도 불신해버린다. 불신이 문제인데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진정으로 정직하게 하지 않으면 않된다. 민주당도 정확히 이번 상황을 진단하고 정부나 촛불집회 중간에서 설득할 수 있어야하는데 이런 것들이 전혀 안 보인다. 그래서 시위를 하는 쪽에서는 촛불집회에 얹혀서 적당한 선에서 넘어간다고 불신한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지금 기성세대나 정치권, 종교계가 전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고 거기에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 민주당이 일어서는 계기가 되어야할 텐데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함세웅 : 원칙은 국회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긴급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반성해야 한다. 원론적으로는 의원들이 국회 가는 것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책임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현재 구성원들이 신뢰를 못 받는 것 자인하고 통감해야 한다. 진실하게 호소하고 정화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해야 한다. 새로 국회의원이 된 분들은 국회에 빨리 들어가려고만 한다. 지금은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 책임정치라고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공개하라. 우리가 시민의 한사람으로 시민들과 함께 있지만 국회의원으로 이것이 최선인가 고민하고 있다면 공감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을 압박하면 한나라당은 초조하다. 그 사람들이 와서 사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도덕적 힘을 우리가 이뤄내야 한다.
김상근 : 민주당의 시스템이 안 움직인다는 생각을 한다. 국회의원에 떨어지면 그날로 뒷방처지인 것같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거당적으로 시스템이 움직이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특위를 만들어 국회의원들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하는 것도 좋은데 민주당 스타들이 국회의원들 떨어져 손실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다 돌려 일하고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로 손학규 대표의 민심대장정은 어디로 갔나, 선거 때만 하나? 민심의 현장으로 가야할 현장이 많다. 촛불만 아니고 쇠고기문제만 가지고도 가야할 데가 있다. 선거 때 아니면 안거는 거냐? 민주당 의원들을 그런 현장에서 보고 싶다. 숫자가 부족하면 낙선한 사람들도 좋다. 그분들도 팀을 짜서 움직여라. 화물문제도 굉장한 문제다. 그리고 그늘 진 사람들에 대해서 민주당이 찾아가 돕고 시스템을 돌려야한다. 세 번째로 정권퇴진은 불행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이번에 전면 개각을 할 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바꾸게 해야 한다. 쇠고기도 바꾸고 대운하도 바꾸게 대화도 하고 요구도 하라. 민주당이 대안도 내고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확실한 정책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선정 : 왜 정치하는 분들이 민심을 알지 못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촛불시위는 침묵했던 민중의 소리가 터진 것이고 응어리진 것이 표출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지도자가 없다. 오죽하면 젊은 사람들이 나가서 그렇게 하겠나. 차제에 야당 쪽에서 이 여세를 몰고 좀 더 뭔가 분명하게 나라의 좌표 설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 빛이 밝으면 어둠은 간다. 뭔가 한 단계 한 단계 밝은 면으로 가면 촛불집회를 하는 사람들도 지지해 줄 것이다.
2008년 6월 15일
통합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