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께 드리는 공개질의
김형오 국회의장께 드리는 공개질의
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있었던 언론악법의 표결절차가 위법하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질의⋅토론 절차 생략, 대리투표행위,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등이 위법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 결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이 침해됐음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은 절차상 위법으로 인해 가결선포행위도 바로 무효라고 인정했지만 또 다른 재판관은 헌재가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확인하기 보다는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여 ‘그 시정을 국회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바로 무효로 확인하자는 재판관수가 부족하여 ‘가결선포행위는 위법하다. 단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할테니 국회에서 시정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헌법재판소법 제67조에 의해 본 심판의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에게 위법상태를 제거해야할 의무가 부과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접하면서 대단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컨닝은 잘못이지만 시험결과는 어쩔 수 없다’거나, ‘위조된 것은 인정하지만 위조지폐는 아니다’거나, ‘절도행위는 인정하지만 훔친 물건은 도둑의 것이다’라는 것이냐 라고 하는 국민의 당혹스러움을 표현하는 패러디가 봇물처럼 인터넷에 넘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런 사태의 근원적 책임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있습니다. 시급한 민생입법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도 없는 언론악법을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이 원죄입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2월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치는 ‘적법 절차(due process)’는 정치의 기초입니다. 이걸 거치지 않은 일은 누가 어디서 무슨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지난 7월에는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측에 불이익을 주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 7월 26일에는 성명서에서 “대리투표는 어떤 경우든 용납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지난 9월 정기 국회 개회사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도 했습니다.
❍ 지난 9월 16일 개회된 284회 정기국회 1차 본회의에서는 “직권상정을 포함해서 의장이 한 행위중 적법절차를 어겼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신이 공개적으로 했던 이 말들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김형오 의장은 7월 22일 언론악법 불법 강행처리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시정해야 할 우선적 책임도 의장께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께 공개질의합니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7월 22일 신문법 강행처리과정에서 대리투표가 다수 있었고 이는 명백한 위법이며 결국 야당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김형오 의장은 대리투표는 어떤 경우든 용납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리투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은 대리투표로 인한 표결결과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대리투표자를 밝히고 징벌하십시오
- 다수의 대리투표행위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리투표결과는 위법입니까 아닙니까?
- 위법한 대리투표결과를 바로 잡으십시오
둘째,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신문법을 직접 무효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유에서 국회에서 시정하라고 결정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7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에 의해 위법을 시정할 우선적 의무는 권한쟁의심판의 피청구인이었던 국회의장에게 있습니다.
- 국회의장은 7월 22일 표결절차의 위법을 인정하시지요?
- 위법을 어떻게 시정하시겠습니까?
셋째, 헌재는 7월 22일 언론악법 강행처리과정에서 다수의 불법이 자행되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 김형오 의장께서는 9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포함해서 의장이 한 행위중 적법절차를 어겼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헌재가 인정한 7월 22일 표결절차의 명백한 위법에 대해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아니면 확언을 번복하시겠습니까?
김형오 국회의장께서 가장 명확하게 책임을 지는 것은 7월 22일 야당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언론악법 가결선포행위를 바로 잡는 것입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언론악법의 재개정이필요함을 선언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시 논의에 들어가도록 조처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회의장으로서 상식과 양심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께 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답변입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으로부터 헌정사에 떳떳이 남을 수 있는 답변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9.11.3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